안철수의 정치적인 정치혐오

오랜만에 빡쳐서 써봄. 누군가의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주장 때문에 빡칠 때는 일단 객관적 팩트부터 따져보는 게 좋다. 그래야 쓸데없는 감정 싸움을 줄일 수 있고 사실 그 사람이 정말 옳을 수도 있으니까. 안철수는 한국 국회의원이 하는 일도 없으면서 너무 많다며 줄일 것을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각국 의원 통계를 내주는 http://www.ipu.org와/ 위키 인구통계를 살펴보면서 의원 1인당 인구수를 따져봤다. 모든 나라를 계산해보는 건 미친 짓이니까 쭉 살펴보면서 그럭저럭 잘 돌아가고 알려진, 또는 민주주의가 잘 된다고 하는 나라들만 따져봤다.미국, 일본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도 따져봤을 때 한국 국회의원 수는 어느 정도일까?


안철수의 말대로 인구 비례 한국 국회의원 수는 일본과 미국보다는 많다. 한국은 16만 6천 명당 1명꼴이고 일본은 17만 6천 명당 1명꼴이다. 미국과는 차이가 심한데 애들은 73만 명당 1명꼴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너무 많은 걸까? 내가 살펴본 나라 중에서는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복지의 나라 핀란드와 스웨덴가 1인당 의원 수가 가장 많았다. 이 두 나라에서는 2만 7천 명당 1명의 국회의원이 있다. 역시 북유럽 국가인 덴마크는 3만 명당 한 명이고 직접 민주주의가 발달했다고 하는 스위스도 1명의 국회의원이 3만 명을 대표한다. 이런 소국들 말고 큰 나라 중에도 한국보다 인구당 의원 수가 많은 나라가 많다. 영국은 5만 명당 1명, 독일은 11만 명당 1명이다. 유럽만 그러냐고? 남미의 아르헨티나도 12만 명당 1명이다.

국가

의회 형태

전체의원

인구

국회의원 1인당 인구

핀란드

단원

200

5,422,840

27,114

스웨덴

단원

349

9,532,634

27,314

덴마크

단원

179

5,587,085

31,212

스위스

양원

246

8,000,001

32,520

뉴질랜드

단원

121

4,443,590

36,723

영국

양원

1477

62,262,000

42,154

벨기에

양원

221

10,839,905

49,049

이탈리아

양원

951

60,849,247

63,984

네덜란드

양원

225

16,751,323

74,450

캐나다

양원

411

34,957,000

85,053

오스트리아

양원

244

22,789,701

93,400

호주

양원

226

22,789,701

100,839

독일

양원

689

81,857,000

118,805

아르헨티나

양원

329

40,117,096

121,936

한국

양원

300

50,004,441

166,681

일본

양원

722

127,520,000

176,620

브라질

양원

594

193,946,886

326,509

미국

양원

430

314,623,000

731,681

인도

양원

890

1,210,193,422

1,359,767

(의원당 인구수 낮은 순으로 정렬)


정리해보자. 의원 수가 정말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한국은 인구당 의원 수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니며, 의원 수가 많더라도 잘 굴러가는 나라가 얼마든지 있다. 내가 확인한 19개 국가 중 한국은 인구 비례 의원 수가 15위였다. 그 아래에는 일본, 브라질, 미국, 인도가 있다. 그런데 왜 안철수(및 허경영 등)는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독일 등의 사례는 무시한 채 미국과 일본만을 비교 대상으로 드는 것인가?


안철수는 "정치인들 하는 일 없이 돈만 쳐먹지!"라는 보통 사람들의 정치혐오 심리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기성 정치인(이른바 '여의도 정치')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력한 무기로 삼고 있는 안철수에게 적합한 전략이지만, 실제로 정치(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어떤 역할도 맡아본 적이 없는 그가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이 나는 자못 불쾌하다. 국회의원들이 사회의 요구를 잘 반영하지 못하고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다고? 그러는 안철수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포하고 청춘 콘서트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사회의 요구를 반영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활동인가? 조금 격하게 말하자면 이렇다. 안철수에게는 그런 요구를 할 자격이 없다.


안철수가 정말 정직하다면, 의원 수가 문제라는(그리고 중앙당 및 정당보조금이 문제라는) 발언을 하기보다 일부 의원들과 정당의 자질이 문제라고 지적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정치의 기능을 문제 삼지 않고 정치 그 자체를 타겟으로 삼았다. 무엇 때문인가? 그것이 자신에게 가장 '정치적으로 유리해서' 이외의 답을 나는 찾지 못하겠다.


ps. 각국의 국회의원 수는 저마다의 역사가 있는 정치사회적 환경에서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나는 통계를 낼 때 양원제 국가의 경우는 상원과 하원을 합쳐서 계산했지만, 영국은 상원의원이 종신직 또는 세습직인 경우도 있다.(귀족 정치의 유습) 미국은 연방 주들의 자치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회 의원들의 역할이 크다. 연방 하원의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그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싶다.


덧글

  • 라마르틴 2012/10/24 16:56 # 삭제 답글

    안철수의 정치혐오가 계산된 정략적인 시츄에이션이라는 거냐?
  • 알토리아 2012/10/24 18:45 #

    정치 경험이 없어서 내뱉은 헛소리거나, 아니면 진짜 계산된 정략이었거나 둘 중 하나.

    후자라면 안철수는 포퓰리즘의 대가를 넘어 포퓰리즘의 신이 되는 거임요 ㅋㅋㅋㅋㅋㅋ
  • 르혼 2012/10/25 11:10 #

    전자라고 봅니다. 그 간 내놓은 정책들을 볼 때, 후자 같은 계산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못 될 거에요.
  • sonofspace 2012/10/25 13:48 #

    저도 개인적 성향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지만, 캠프에서 저런 정책을 내놓은 것은 전략적 측면도 있었을 것 같아요.
  • ㅁㄴㅇㄹ 2012/10/28 11:50 # 삭제

    난 국회 개혁 얘기 나오자 마자 계산된 거라고 느꼈음

    딱 술자리에서 나올법한 '하는 것도 없는 국회의원 개생키들 다 짤라버리고 돈도 주지 말자' 식의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포장하니 행정부 수반 후보가 입법부를 조지겠다는 이야기에 여당 야당 지지자 안 가리고 낚여서 파닥파닥..

  • 2012/10/24 20:0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네리아리 2012/10/24 23:40 # 답글

    역시 인도 쩌네요.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민주주의 국가라는게 맞는군요. 컥컥컥
  • 생물적침략 2012/10/25 01:33 # 답글

    핀란드나 스웨덴은 숫자는 많지만 대우나 봉급은 적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봉급이나 연금을 줄인다면 국회의원수를 늘려도 되겠죠
  • 235235 2012/10/25 06:50 # 삭제 답글

    캐나다인구 3천만명 넘어요....잘 살펴보지도 않고 뭘어쩌겠다는건지
  • sonofspace 2012/10/25 09:45 #

    그러네요. 숫자를 옮겨 붙일 때 오류가 있었네요. 수정했어요
  • jklin 2012/10/25 11:24 # 답글

    빡쳐서 글쓸만 하네요. 아으 진짜.
  • net진보 2012/10/25 14:41 # 답글

    안철수의 정치개혁의 핵심은 이겁니다 허경영 !
  • 페이토 2012/10/25 18:18 # 답글

    정치과정론에서 인구와 국회(하원)의원의 수는 단순 선형으로 파악되기보다, 타게페라와 슈가트(Taagepera and Shugart)의 1989년 논문에서 제안된 세제곱근 이론(?)이 더 많이 논의됩니다(인구의 증가에 따른 "한계의석수 증가"가 체감한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가정이죠). 이렇게 하면 한국의 국회의원은 여전히 적습니다. 그리고 양원제의 국가 경우 단원의 의회와 비슷한 성격의 하원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 virustotal 2012/10/25 20:04 # 답글

    이글로 안철수가 수출을 못하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안하는거네 ㅋ
    수출만 잘하면 로동자를 탄압하는 무노조 삼성 지도 무노조인데? (아무튼 그건 착한 무노조이고)
    아무튼 나쁜 대기업이 수출만 잘하면 장땡이라는 그런 수출지상주의를 보고
    반항하는 마음에서
    수출못하고 고용찰출도 못하고
    오진도 하고 그렇다고 세계적인 석학이라면서 세계적인 논문지에서 발표되서
    순수 논문으로 세계적으로 와서 대단하다 뭔 개뻑다귀 상이라도 받은적이없죠

    이게 수상혐오 수출혐오 고용창출 혐오
    그리고 완벽혐오 그래서 오진도 하고
    그런거죠 이해가되네
  • 마광팔 2012/10/26 01:13 # 삭제 답글

    그렇게 따지면 대의제 정치경험을 한 적도 없으면서 국회를 비롯한 헌법기관을 정지시킨 박정희는 뭐가 되냐?
  • 금록석 2012/10/26 07:51 # 답글

    안철수도 결국 포퓰리스트라는 걸 저 발언을 통해서 증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바람인 줄 알았지만 결국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는 이상주의자에 불과했다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네요. 대선에서 뽑을사람 정말 없네요.
  • 갈맥 2012/10/28 19:51 # 삭제 답글

    전적으로 공감하는 글입니다. 참 요즘 안철수 보면 꺽정입니다 꺽정...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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