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평화.

 

연평도에 시꺼멓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지 않은 사람이 누구 있을까? 처음 북한이 무력도발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국경선에서 흔히 있는 군사적 충돌인 줄 알았다. 그러나 연평도의 사진은 충격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민간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 그 의미는 연평도만이 아니라 철원이나 포천 등 휴전선에 가까운 다른 지역도 언제든지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서울조차도. 이번 사건은 아무렇지도 않게 분단 체제에서 희희락락 살아가는 우리들이 언제든지 전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든 이들에게 일깨워주었다. 사람들이 느끼는 충격과 분노는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보복과 응징을 이야기하고, 또 한편에서는 조심스레 확전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둘 다 목적은 같을 것이다. 보복과 응징은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함을 위해서요, 확전을 피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입을 피해를 걱정하는 것이다. 전쟁을 두려워만해서는 전쟁을 막을 수 없지만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놈들은 문명을 파괴해왔다. 둘 사이에서 최선의 길을 찾는 것이 지금 정부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지금 정부라고 했지만 사실은 미국의 의향이 이번 사태의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까놓고 말해 분기탱천한 애국지사들이 아무리 응징을 외쳐도 미국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군사행동에 나설 수 없다. 우리는 단지 교전수칙에 따라서만 반격할 수 있을 뿐이다. 바로 그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 정부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의 동의가 있어야 우리는 전쟁 상태에 돌입할 수 있으며, 한국군은 한미연합사령부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그럼 미국은 확전을 원할까? 이미 중동에서 발목이 묶여 있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또 다른 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로선 미국이 북한을 쳐서 얻을 것이 없으며, 남한에 주둔해 있는 것만으로도 중국 견제의 목적은 달성하고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관련국인 중국의 입장에서도 북한의 이런 행동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로써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는 회복불능으로 멀어지고 중국의 우산 아래 들어가게 되며, 자신들이 대놓고 할 수 없는 미국 골탕 먹이기를 대신 수행해주니까. 중국으로서는 미국 측과 직접적인 대립을 피하고 북한을 완충지대로 삼아 동북아 전략을 운용하고 싶을 것이다.


북한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간 것 같다. 북한은 남북한의 평화 공존보다 중국에 의존하여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한 것 같다. 올초 김정일의 중국방문과 김정은 후계자 선정은 그런 기미를 보여주었으며, 이번 포격 도발로 결정적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에 더 이상 미련이 없다. 체제 유지를 위한 지원은 중국이 해줄 것이다. 미국이 직접 타격을 선택할 수 없는 이상 남한과의 극한 대립은 군대국가인 북한을 결속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북한 애들은 김정은 아래 똘똘 뭉쳐 버텨나갈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직접 손댈 수 없다는 걸 확신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힘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여 김정은 체제를 확립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나는 남북한 평화공존->한반도 중립화->통일로 이어지는 길이 남과 북이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 길만이 강대국들 간의 틈바구니에서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전개되는 양상은 암울하며 거의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지난 세기에 그랬듯, 남과 북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는 세력 대결의 대리인 역할을 할지도 모를 것 같다. 아니 이미 그러고 있는지도. 평화가 멀어진다.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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