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 23일
반 MB를 반대한다
작년과 올해 초, 이명박 정부의 잇단 실정이 이어지면 반 MB라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MB 정권은 반민주적이고, 독재적이며, 퇴행적인 정부이기 때문에 일단 모든 세력이 힘을 합해 MB의 타도에 힘쓰자는 것이 이 주장의 요지이다. 올해 초 미디어법 반대를 계기로 불거지기 시작한 반 MB 연대는 아마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더욱 부각되고 선거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일단 한나라당 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는 후보단일화를 통해 당선 가능성이 있는 야권 후보를 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언론에서, 그리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현 정부를 싫어하는, 거의 혐오스러워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반mb라는 구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에 수긍한다. 반MB라는 구호는 어느 정도는 '대세'가 되고 있다. 그러나 진보 진영의 일각에서는 내용이 없이 무조건적인 반 MB 연대, 반 MB 전선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있어왔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조심스레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조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난 반 MB를 반대한다. 반 MB가 나빠서가 아니라 반 MB로는 안 된다. 반 MB로는 MB를 이길 수 없다. 오래도록 박근혜가 확고부동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손꼽히고, 숱한 아마추어적 실수에도 도로 회복하는 MB의 지지율은 반 MB라는 주장의 비실효성을 확증해주고 있다.
민주/반민주, 독재/반독재의 잘못된 전선
문제는 반 MB라는 구호가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있는 전선이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MB를 반대해야 하는가? 반 MB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그것은 MB가 반민주, 독재 세력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고, 독재는 나쁜 것이다. MB는 지금 국민들을 억압하고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독재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MB를 타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에 부패라든지, 부자정권이라든지 여러 가지가 더 붙어서 반 MB의 주장을 형성하지만 현재 주로 표출되고 있는 양상은 대략 이렇다.
물론 '옳은' 주장이다.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고 독재는 나쁘다. 모든 국민이(한나라당도) 동의한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확실히 이전의 두 정부에 비해 권위주의적이고 개인의 자유를 더 많이, 그리고 더 과격하게 침해하고 있다. 금지 도서, 시민 단체 사찰, 인터넷 통제 같은 '독재 정권에서나 볼 법한' 퇴행적 행태도 반드시 없어져야 할 일이다. 난 이 주장의 '정당성'은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과연 이 주장이 현재 이 시점에 '적합'하고 '효율적'인가? 또는 이 주장은 현재 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반민주 독재 이명박 정권 몰아내고 민주주의 수호하자!"라는 주장은 유권자(혹은 국민)들을 설득해서 반 MB로 이끌 수 있을까?
지난 대선 기간 때부터 진행돼온 양상을 보건대, 단연코 대답은 'No'이다. 민주/반민주, 독재/반독재의 전선 나누기는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의 '실체'(반민주와 독재)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을 대선에서 찍었으며 이명박의 그 정체를 폭로하고 나면 '당연히' 이명박을 반대할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해 있다. 보라, 국민들 뜻을 무시하고 소고기 수입을 강행하는 이 정부를.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죄 없는 사람을 연행했다. 인터넷에 비판 글 썼다고 잡아갔다. 언론을 장악하려고 시도했으며, 대리 투표로 민주적 절차를 어겼다. 표적 수사로 전직 대통령을 자살로 내몰았다. 등등. 이런 반민주적인 행태를 폭로하면 국민들이 이명박을 반대하게 될까? 물론 잠시 그런 모습도 나타났지만 다시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국민들이 '속고' 있기 때문일까? (최근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는 모습을 보고 인터넷상의 반대자들에서 가장 흔하게 나온 반응은 '국민들이 속고 있다'와 '이 죽어버릴 국개들'이었다. 세상 참 편하게 본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명박은 반민주적이라는 사실이 다 드러났는데. 먼저 생각을 다시 해보자. 국민들은 과연 이명박이 반민주적이고 독재적 혹은 권위적이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천만에. 우리 국민들 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다. 과거를 너무 쉽게 망각하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이 어떤 내력의 정당인지 알고 있고, 이명박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고 있다. 대선 때에도 이명박이 얼마나 무식하고, 권위적이며, 부패한 인물인지는 잘 알려졌다. 그러나 그런 오점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야권은 오랫동안 bbk를 걸고 넘어졌지만 사실 그건 패배로 가는 직행 코스였다. 대인배 국민들은 그런 비리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왜? 우리가 원하는 건 경제를 살리고 정책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일 강한 대통령이었으니까.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도덕성을 바라지 않았다. 우스갯소리로 후배랑 이명박이 살인이나 강간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또 원더걸스랑 원조교제하지 않았다면-_-;) 문제없이 당선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만큼 국민들이 생각하는 도덕성 허들은 높았다. 약간의 비리나 편법은 대략 용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마찬가지 관점을 현재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은 독재가 나쁘고 민주주의가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명박 정도의 반민주'는 괜찮다고 여기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권을 독재라 부르면 거부감을 느끼는데(나도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독재에 대한 기억은 '고작' 이명박을 독재라 부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3선을 넘어 영구집권을 기도하거나, 한 도시를 공수부대로 쓸어버리는 일은 해야, 최소한 경찰서에 잡아가 탁 치고 억 하고 죽여야 독재정권이라는 불명예를 얻을 수 있다. 덕분에 한국민이 가지고 있는 반민주와 독재 허들은 꽤나 높다. 이명박 정권의 현재 모습은 그 허들을 결코 안 넘는다. 그 정도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독재'는 아니다. 뭐 어쨌거나 시장에 가서 오뎅 꼬치도 먹는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시는 대통령 각하니까.
이명박을 찍은 유권자들은 이명박에게서 민주적인 정부를 만들어주길 바란 것이 아니다. 경제(내 호주머니)를 살려주길 바랐지. 오히려 약간은 권위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해도 괜찮다고도 생각했다(사람들은 '강력한' 정부를 바랐다. 또한 '불도저'는 절차를 무시한 무조건적인 강행 추진의 상징이지 않은가). 마치 경제를 부흥시키고 발전시킨 박정희와 전두환이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사람들은 약간은 비리에 얼룩져 있고 권위적이지만, 타고난 뚝심으로 경제를 살려줄 것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가 전과 14범이건 말건. 민주/반민주, 독재/반독재의 전선은 시작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다. 어째서 MB를 반대해야 하는가? 그리고 반대를 넘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뿌리부터 깊이 있는 고민과 반성을 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무엇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나? 민주개혁세력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참여정부의 경제 실패가 이명박 당선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이 사실을 곱씹고 반성하지 않고서는 결코 보수세력을 이길 수 없다. IMF 극복, 국민소득 성장, 최대치를 갱신하는 재정수지 흑자 등등 눈에 보이는 수많은 경제적 공적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중산층 경제는 실제로 피폐해졌다.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꾸준히 올랐다.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그러면서 정규직 취업 경쟁은 격화되었고, 교사, 공무원은 '귀족' 직업이 됐다.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해 창업한 자영업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각자 얻는 소득도 줄어들었다. 상대빈곤층만이 아니라 절대빈곤층까지 늘어났다. 2002년 9퍼센트였던 절대빈곤층 비율이 2006년에는 16퍼센트로 치솟았다. 반면 부동산과 주식 폭등으로 대박을 터뜨린 사람들의 꿈 같은 이야기가 신문지상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젠 너무 많이 말해 지겨우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경제 정책 차이는 거의 없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만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화려한 지표 뒤에는 불안정의 늪에 빠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그건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목격한 일이고 직접 경험한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궁핍해졌다. 적어도 나(우리 가족)는 그 기간 동안 경제적으로 점차 힘들어졌다! 결코 나만이 아닐 것이다.
작년 대선에 경제가 핵심 쟁점이 되고 결국 이명박이 당선된 것은 다수의 유권자들이 겪고 있던 궁핍과 불안, 갈수록 어려워져가는 살림살이에서 나온 결과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자신의) 경제를 어렵게 만든 참여정부를 '심판'했다. 국민들이 개새끼라서, 속아서 그런 게 아니다. 그런 식의 사고는 책임 회피이고 비겁한 변명이다.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런 반성 없이, 국민들이 왜 자신들을 버렸고 심판했는지 알려 하지 않고 국민을 욕하고 20대를 욕하는 게 타당한 행위일까? 그런다고 국민들이 다시 돌아올까? 오류를 시정할 생각 없이 자폐아들처럼 앞으로 3년만 버티자고 위안을 삼고 있다. 3년 후에는 정권이 저절로 굴러들어오기라도 한다는 듯이. 민주개혁세력이 참여정부 평가를 할 때 나오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참여민주주의, 소통, 지역주의 타파 이런 내용들이다. 자신들이 망친 중산층 경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는다. 이 바보들아, 문제는 경제다.
지금의 민주당, 친노, 폭넓게 범 민주개혁 세력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같은 진보세력들은 모두 싸그리 "경제를 망친 무능한 놈들"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부패한 독재정권의 후신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경제를 부흥시킨 박정희와 경제가 아주 안정적이고 풍요로웠던 전두환, 노태우(그리고 김영삼 초기까지도 괜찮았다)의 후신이기도 하다. 이승만부터 박정희를 거쳐 내려오는 보수세력의 계보는 독재정권을 이었다는 측면에서는 낙인이 될 수 있지만, 후진국 한국을 눈부시게 부흥시킨 전력이 있다는 측면에서는 매력적인 장점이 된다( "어쨌든 문제는 있었지만 한국을 이렇게까지 발전시킨 건 다 박정희 덕분이잖아?") 보수세력의 '과거'는 약점만이 아니다. 보수세력이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사람들의 집단적 기억은 알게 모르게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다. 왜 하필 한나라당과 이명박을 선택했냐고? 그 사람들은 경제를 발전시켜온 사람들이며, 이명박은 그 발전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니까.
물론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가 헛된 것이라고 비난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이 기대를 걸었고 지금도 걸고 있는 현실에서 그런 비난은 기분 전환은 될지언정 아무 의미가 없다. 어째서 그런 기대를 품고 있고, 어떻게 하면 그런 기대를 부술 수 있을지를 분석하는 것이 정말 해야 할 일이다. 보수=경제발전, 진보=사회평등, 민주주의, 그리고 무능이라는 관념을 깨 부시고 진보도 경제발전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며, 진보가 제시하는 경제발전만이 대기업과 대자본의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발전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역사의 퇴보가 아니라 역사의 진보로
만약 민주당의 기획이 성공해서 반독재 민주주의 수호의 기치로 반MB 연대가 공고히 이루어지고 드디어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해보자. 그 정부의 모습은 어떤 것이 될까? 만약 그 정부의 모습이 소통과 토론을 중요시하고, 민주주의를 잘 지키는 아름다운 참여정부와 비슷하다면 나는 결단코 그 정부에 반대한다. 만약 그 정부가 참여정부가 했던 것처럼 경제 정책을 운용한다면 5년 후에 국민들은 더 큰 환멸과 함께 또 다시 보수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줄 것이다. 중산층은 더욱 피폐해지고, 부의 편중도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인터넷에서 대통령 욕했다고 잡아가지는 않겠지만 일자리 보장하라고 데모하면 마찬가지로 전경들이 후드려 패서 잡아갈 것이다. 안 된다. 되돌아가는 건 사양이다. 그것 역시 역사의 퇴보이다.
그러나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반 MB의 구상은 성공하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명박이 지금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상당히 위협하고 있긴 하지만,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은 경제적 안정을 위협받고 있었다. 민주주의,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금 민주주의보다 자기 목구멍과 호주머니 사정을 더 걱정하고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 갈수록 쉬워지는 해고, 뭘 해도 뾰족한 수가 안 나는 상황인데 걱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이 걱정을 해결해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긴급한 사안이다.
이 걱정의 근원은 이명박이 아니다(물론 노무현도 아니다. 둘 다 일조하긴 했다). 이명박을 물리친다고 이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반 MB라는 구호는 공허하다. MB를 몰아내고 뭘 어떻게 할 건데? 그 이후의 대안이 없는 한, 반 MB라는 주장은 큰 울림을 주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 아래의 삶이 괴롭긴 하지만 딱히 참여정부 시절이 그리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 경제적으로 어렵긴 그때나 지금이나 사실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도로 참여정부'가 아니라 그 이상을 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 대안은 "당신들의 삶을 편하게 해주겠습니다"라는 약속을 담고 있어야 한다. 비워져가는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두둑이 채워줄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명박과 한나라당과는 다른 방식의 '경제'를 이야기해야 한다.
나는 그 새로운 경제가 더 '왼쪽'으로 간 경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는 명백히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우파적 경제 정책을 채택했다. 그 기간 동안 삼성과 현대, 엘지 등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이 됐지만, 다수의 신용불량자와 고용 불안, 양극화를 배태했다. 우리는 80대 20, 또는 90대 10의 사회가 오는 것을 목격했으며 하층의 80에 속하는 사람들은 "대체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들어지지?"라고 의아해하고 분노했다. 두 정부에 참여했던 민주개혁 세력이 사람들이 아래로 굴러떨어진 것에 자신들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적어도 자신들이 채택해온 경제 정책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제까지의 해악을 제거하는 '좌파적' 정책을 채택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 때만 국민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약속하고 소망대로 한나라당과 이명박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그들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지 않는 한, 새로운 경제상에 대한 고민 없이, 이전의 자신들에 대한 반성 없이, 여전히 예전의 경제관을 그대로 가진 채로 진행되는 반 MB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한다. 그런 반 MB로는 MB를 이길 수 없다. 또한 설령 이긴다 해도 그렇게 만들어진 미래는 결코 행복한 미래가 아니다. MB를 몰아내면 정말로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까? MB를 악의 축으로 몰아가고 있는 일부의 흐름은 은연중에 그런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한국 사회의 모든 모순을 MB의 문제로 환원시킬 수 있는 이런 시각은(이게 다 MB 때문이야!) 매우 우려스럽다. 게다가 우습게도 현실 정치에서 반 MB 주장의 가장 큰 이득은 박근혜가 보고 있다. 반 MB, 반 한나라당을 넘어 한국 사회를 좀먹고 있는 자본의 독재, 시장의 독재를 정면으로 지적하고 해결하지 않는 한 모두가 행복한 미래는 오지 않는다.
난 반 MB를 반대한다. 그것이 성찰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나는 민주개혁세력이 좀 더 성찰하길 바라며, 한나라당과 별다른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어정쩡한 포지션을 집어던지고 더 왼쪽으로 이동할 때 민주당이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럴 때 진보진영과의 연대도 가능해질 것이다. 어쨌든 그건 그들의 사정이다. 촛불시위, 미디어법, 노무현 서거, 김대중 서거라는 좋은 기회가 오고, MB가 대형 뻘타를 여러 번 날렸음에도 민주당이 도무지 성장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생각하길 바란다. 하기야 좌파들도 그런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지만. 안타깝게도 민노당이고 진보신당이고 사회의 중심 담론을 생성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글 쓰고 있는 나 같은 인간들도 그렇고. 그것은 우리(좌파)의 과제이다.
나는 진보진영이 반 MB라는 프레임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주장을 하길 바란다. 민주/반민주라는 어이없는 전선에 갇히지 말고, 체제의 문제를 지적하자. 우리가 지금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은 MB와 한나라당 때문이 아니라 한국 자본주의의 시스템 때문이라고 바르게 지적하고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 미쳐버린 시스템을 고칠 방안을, 공공성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의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온 세력은 언제나 '좌파'였다. 그렇게 해서 역사는 계속 '진보'해왔다. 시대가 험난할수록 좌파의 역할은 더욱 요청된다. 지금도 바로 그런 시기이다.
현 정부를 싫어하는, 거의 혐오스러워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반mb라는 구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에 수긍한다. 반MB라는 구호는 어느 정도는 '대세'가 되고 있다. 그러나 진보 진영의 일각에서는 내용이 없이 무조건적인 반 MB 연대, 반 MB 전선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있어왔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조심스레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조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난 반 MB를 반대한다. 반 MB가 나빠서가 아니라 반 MB로는 안 된다. 반 MB로는 MB를 이길 수 없다. 오래도록 박근혜가 확고부동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손꼽히고, 숱한 아마추어적 실수에도 도로 회복하는 MB의 지지율은 반 MB라는 주장의 비실효성을 확증해주고 있다.
민주/반민주, 독재/반독재의 잘못된 전선
문제는 반 MB라는 구호가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있는 전선이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MB를 반대해야 하는가? 반 MB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그것은 MB가 반민주, 독재 세력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고, 독재는 나쁜 것이다. MB는 지금 국민들을 억압하고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독재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MB를 타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에 부패라든지, 부자정권이라든지 여러 가지가 더 붙어서 반 MB의 주장을 형성하지만 현재 주로 표출되고 있는 양상은 대략 이렇다.
물론 '옳은' 주장이다.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고 독재는 나쁘다. 모든 국민이(한나라당도) 동의한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확실히 이전의 두 정부에 비해 권위주의적이고 개인의 자유를 더 많이, 그리고 더 과격하게 침해하고 있다. 금지 도서, 시민 단체 사찰, 인터넷 통제 같은 '독재 정권에서나 볼 법한' 퇴행적 행태도 반드시 없어져야 할 일이다. 난 이 주장의 '정당성'은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과연 이 주장이 현재 이 시점에 '적합'하고 '효율적'인가? 또는 이 주장은 현재 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반민주 독재 이명박 정권 몰아내고 민주주의 수호하자!"라는 주장은 유권자(혹은 국민)들을 설득해서 반 MB로 이끌 수 있을까?
지난 대선 기간 때부터 진행돼온 양상을 보건대, 단연코 대답은 'No'이다. 민주/반민주, 독재/반독재의 전선 나누기는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의 '실체'(반민주와 독재)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을 대선에서 찍었으며 이명박의 그 정체를 폭로하고 나면 '당연히' 이명박을 반대할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해 있다. 보라, 국민들 뜻을 무시하고 소고기 수입을 강행하는 이 정부를.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죄 없는 사람을 연행했다. 인터넷에 비판 글 썼다고 잡아갔다. 언론을 장악하려고 시도했으며, 대리 투표로 민주적 절차를 어겼다. 표적 수사로 전직 대통령을 자살로 내몰았다. 등등. 이런 반민주적인 행태를 폭로하면 국민들이 이명박을 반대하게 될까? 물론 잠시 그런 모습도 나타났지만 다시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국민들이 '속고' 있기 때문일까? (최근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는 모습을 보고 인터넷상의 반대자들에서 가장 흔하게 나온 반응은 '국민들이 속고 있다'와 '이 죽어버릴 국개들'이었다. 세상 참 편하게 본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명박은 반민주적이라는 사실이 다 드러났는데. 먼저 생각을 다시 해보자. 국민들은 과연 이명박이 반민주적이고 독재적 혹은 권위적이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천만에. 우리 국민들 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다. 과거를 너무 쉽게 망각하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이 어떤 내력의 정당인지 알고 있고, 이명박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고 있다. 대선 때에도 이명박이 얼마나 무식하고, 권위적이며, 부패한 인물인지는 잘 알려졌다. 그러나 그런 오점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야권은 오랫동안 bbk를 걸고 넘어졌지만 사실 그건 패배로 가는 직행 코스였다. 대인배 국민들은 그런 비리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왜? 우리가 원하는 건 경제를 살리고 정책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일 강한 대통령이었으니까.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도덕성을 바라지 않았다. 우스갯소리로 후배랑 이명박이 살인이나 강간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또 원더걸스랑 원조교제하지 않았다면-_-;) 문제없이 당선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만큼 국민들이 생각하는 도덕성 허들은 높았다. 약간의 비리나 편법은 대략 용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마찬가지 관점을 현재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은 독재가 나쁘고 민주주의가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명박 정도의 반민주'는 괜찮다고 여기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권을 독재라 부르면 거부감을 느끼는데(나도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독재에 대한 기억은 '고작' 이명박을 독재라 부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3선을 넘어 영구집권을 기도하거나, 한 도시를 공수부대로 쓸어버리는 일은 해야, 최소한 경찰서에 잡아가 탁 치고 억 하고 죽여야 독재정권이라는 불명예를 얻을 수 있다. 덕분에 한국민이 가지고 있는 반민주와 독재 허들은 꽤나 높다. 이명박 정권의 현재 모습은 그 허들을 결코 안 넘는다. 그 정도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독재'는 아니다. 뭐 어쨌거나 시장에 가서 오뎅 꼬치도 먹는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시는 대통령 각하니까.
이명박을 찍은 유권자들은 이명박에게서 민주적인 정부를 만들어주길 바란 것이 아니다. 경제(내 호주머니)를 살려주길 바랐지. 오히려 약간은 권위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해도 괜찮다고도 생각했다(사람들은 '강력한' 정부를 바랐다. 또한 '불도저'는 절차를 무시한 무조건적인 강행 추진의 상징이지 않은가). 마치 경제를 부흥시키고 발전시킨 박정희와 전두환이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사람들은 약간은 비리에 얼룩져 있고 권위적이지만, 타고난 뚝심으로 경제를 살려줄 것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가 전과 14범이건 말건. 민주/반민주, 독재/반독재의 전선은 시작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다. 어째서 MB를 반대해야 하는가? 그리고 반대를 넘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뿌리부터 깊이 있는 고민과 반성을 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무엇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나? 민주개혁세력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참여정부의 경제 실패가 이명박 당선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이 사실을 곱씹고 반성하지 않고서는 결코 보수세력을 이길 수 없다. IMF 극복, 국민소득 성장, 최대치를 갱신하는 재정수지 흑자 등등 눈에 보이는 수많은 경제적 공적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중산층 경제는 실제로 피폐해졌다.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꾸준히 올랐다.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그러면서 정규직 취업 경쟁은 격화되었고, 교사, 공무원은 '귀족' 직업이 됐다.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해 창업한 자영업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각자 얻는 소득도 줄어들었다. 상대빈곤층만이 아니라 절대빈곤층까지 늘어났다. 2002년 9퍼센트였던 절대빈곤층 비율이 2006년에는 16퍼센트로 치솟았다. 반면 부동산과 주식 폭등으로 대박을 터뜨린 사람들의 꿈 같은 이야기가 신문지상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젠 너무 많이 말해 지겨우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경제 정책 차이는 거의 없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만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화려한 지표 뒤에는 불안정의 늪에 빠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그건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목격한 일이고 직접 경험한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궁핍해졌다. 적어도 나(우리 가족)는 그 기간 동안 경제적으로 점차 힘들어졌다! 결코 나만이 아닐 것이다.
작년 대선에 경제가 핵심 쟁점이 되고 결국 이명박이 당선된 것은 다수의 유권자들이 겪고 있던 궁핍과 불안, 갈수록 어려워져가는 살림살이에서 나온 결과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자신의) 경제를 어렵게 만든 참여정부를 '심판'했다. 국민들이 개새끼라서, 속아서 그런 게 아니다. 그런 식의 사고는 책임 회피이고 비겁한 변명이다.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런 반성 없이, 국민들이 왜 자신들을 버렸고 심판했는지 알려 하지 않고 국민을 욕하고 20대를 욕하는 게 타당한 행위일까? 그런다고 국민들이 다시 돌아올까? 오류를 시정할 생각 없이 자폐아들처럼 앞으로 3년만 버티자고 위안을 삼고 있다. 3년 후에는 정권이 저절로 굴러들어오기라도 한다는 듯이. 민주개혁세력이 참여정부 평가를 할 때 나오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참여민주주의, 소통, 지역주의 타파 이런 내용들이다. 자신들이 망친 중산층 경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는다. 이 바보들아, 문제는 경제다.
지금의 민주당, 친노, 폭넓게 범 민주개혁 세력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같은 진보세력들은 모두 싸그리 "경제를 망친 무능한 놈들"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부패한 독재정권의 후신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경제를 부흥시킨 박정희와 경제가 아주 안정적이고 풍요로웠던 전두환, 노태우(그리고 김영삼 초기까지도 괜찮았다)의 후신이기도 하다. 이승만부터 박정희를 거쳐 내려오는 보수세력의 계보는 독재정권을 이었다는 측면에서는 낙인이 될 수 있지만, 후진국 한국을 눈부시게 부흥시킨 전력이 있다는 측면에서는 매력적인 장점이 된다( "어쨌든 문제는 있었지만 한국을 이렇게까지 발전시킨 건 다 박정희 덕분이잖아?") 보수세력의 '과거'는 약점만이 아니다. 보수세력이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사람들의 집단적 기억은 알게 모르게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다. 왜 하필 한나라당과 이명박을 선택했냐고? 그 사람들은 경제를 발전시켜온 사람들이며, 이명박은 그 발전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니까.
물론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가 헛된 것이라고 비난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이 기대를 걸었고 지금도 걸고 있는 현실에서 그런 비난은 기분 전환은 될지언정 아무 의미가 없다. 어째서 그런 기대를 품고 있고, 어떻게 하면 그런 기대를 부술 수 있을지를 분석하는 것이 정말 해야 할 일이다. 보수=경제발전, 진보=사회평등, 민주주의, 그리고 무능이라는 관념을 깨 부시고 진보도 경제발전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며, 진보가 제시하는 경제발전만이 대기업과 대자본의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발전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역사의 퇴보가 아니라 역사의 진보로
만약 민주당의 기획이 성공해서 반독재 민주주의 수호의 기치로 반MB 연대가 공고히 이루어지고 드디어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해보자. 그 정부의 모습은 어떤 것이 될까? 만약 그 정부의 모습이 소통과 토론을 중요시하고, 민주주의를 잘 지키는 아름다운 참여정부와 비슷하다면 나는 결단코 그 정부에 반대한다. 만약 그 정부가 참여정부가 했던 것처럼 경제 정책을 운용한다면 5년 후에 국민들은 더 큰 환멸과 함께 또 다시 보수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줄 것이다. 중산층은 더욱 피폐해지고, 부의 편중도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인터넷에서 대통령 욕했다고 잡아가지는 않겠지만 일자리 보장하라고 데모하면 마찬가지로 전경들이 후드려 패서 잡아갈 것이다. 안 된다. 되돌아가는 건 사양이다. 그것 역시 역사의 퇴보이다.
그러나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반 MB의 구상은 성공하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명박이 지금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상당히 위협하고 있긴 하지만,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은 경제적 안정을 위협받고 있었다. 민주주의,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금 민주주의보다 자기 목구멍과 호주머니 사정을 더 걱정하고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 갈수록 쉬워지는 해고, 뭘 해도 뾰족한 수가 안 나는 상황인데 걱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이 걱정을 해결해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긴급한 사안이다.
이 걱정의 근원은 이명박이 아니다(물론 노무현도 아니다. 둘 다 일조하긴 했다). 이명박을 물리친다고 이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반 MB라는 구호는 공허하다. MB를 몰아내고 뭘 어떻게 할 건데? 그 이후의 대안이 없는 한, 반 MB라는 주장은 큰 울림을 주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 아래의 삶이 괴롭긴 하지만 딱히 참여정부 시절이 그리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 경제적으로 어렵긴 그때나 지금이나 사실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도로 참여정부'가 아니라 그 이상을 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 대안은 "당신들의 삶을 편하게 해주겠습니다"라는 약속을 담고 있어야 한다. 비워져가는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두둑이 채워줄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명박과 한나라당과는 다른 방식의 '경제'를 이야기해야 한다.
나는 그 새로운 경제가 더 '왼쪽'으로 간 경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는 명백히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우파적 경제 정책을 채택했다. 그 기간 동안 삼성과 현대, 엘지 등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이 됐지만, 다수의 신용불량자와 고용 불안, 양극화를 배태했다. 우리는 80대 20, 또는 90대 10의 사회가 오는 것을 목격했으며 하층의 80에 속하는 사람들은 "대체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들어지지?"라고 의아해하고 분노했다. 두 정부에 참여했던 민주개혁 세력이 사람들이 아래로 굴러떨어진 것에 자신들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적어도 자신들이 채택해온 경제 정책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제까지의 해악을 제거하는 '좌파적' 정책을 채택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 때만 국민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약속하고 소망대로 한나라당과 이명박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그들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지 않는 한, 새로운 경제상에 대한 고민 없이, 이전의 자신들에 대한 반성 없이, 여전히 예전의 경제관을 그대로 가진 채로 진행되는 반 MB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한다. 그런 반 MB로는 MB를 이길 수 없다. 또한 설령 이긴다 해도 그렇게 만들어진 미래는 결코 행복한 미래가 아니다. MB를 몰아내면 정말로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까? MB를 악의 축으로 몰아가고 있는 일부의 흐름은 은연중에 그런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한국 사회의 모든 모순을 MB의 문제로 환원시킬 수 있는 이런 시각은(이게 다 MB 때문이야!) 매우 우려스럽다. 게다가 우습게도 현실 정치에서 반 MB 주장의 가장 큰 이득은 박근혜가 보고 있다. 반 MB, 반 한나라당을 넘어 한국 사회를 좀먹고 있는 자본의 독재, 시장의 독재를 정면으로 지적하고 해결하지 않는 한 모두가 행복한 미래는 오지 않는다.
난 반 MB를 반대한다. 그것이 성찰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나는 민주개혁세력이 좀 더 성찰하길 바라며, 한나라당과 별다른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어정쩡한 포지션을 집어던지고 더 왼쪽으로 이동할 때 민주당이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럴 때 진보진영과의 연대도 가능해질 것이다. 어쨌든 그건 그들의 사정이다. 촛불시위, 미디어법, 노무현 서거, 김대중 서거라는 좋은 기회가 오고, MB가 대형 뻘타를 여러 번 날렸음에도 민주당이 도무지 성장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생각하길 바란다. 하기야 좌파들도 그런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지만. 안타깝게도 민노당이고 진보신당이고 사회의 중심 담론을 생성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글 쓰고 있는 나 같은 인간들도 그렇고. 그것은 우리(좌파)의 과제이다.
나는 진보진영이 반 MB라는 프레임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주장을 하길 바란다. 민주/반민주라는 어이없는 전선에 갇히지 말고, 체제의 문제를 지적하자. 우리가 지금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은 MB와 한나라당 때문이 아니라 한국 자본주의의 시스템 때문이라고 바르게 지적하고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 미쳐버린 시스템을 고칠 방안을, 공공성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의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온 세력은 언제나 '좌파'였다. 그렇게 해서 역사는 계속 '진보'해왔다. 시대가 험난할수록 좌파의 역할은 더욱 요청된다. 지금도 바로 그런 시기이다.
# by | 2009/09/23 19:01 | 생각 | 트랙백(2)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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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전부터 탄핵을 얘기했다니... 대단한 사람들이군요.
제가 한가지 더 보는 것은 어젠다 창출능력입니다.
지나 대선때 한나라당과 MB가 경제란 화두를 선점한뒤,
민주당에서 복지인가를 내세웟지만, 국민들의 머릿속엔 MB에 대항하는 것뿐
실질적인 내용이나 인식은 저조했죠.
그저 반대 반대 반대...
무언가를 앞서서 이끌기보단, 반대전문...이라고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경제란 화두안에서도, 여러이슈가 잇을텐데,
그걸 반MB라는 이름으로 내세우는 것은 악수의 강화라고 생각합니다.
'반'자가 붙지않는,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이나 MB와 대비되는 어젠다를 창출하는 것이 먼저 같습니다.
대명제인 경제를 선점당했다고 해서, 그걸 전부 포기하지 말고,
그안에서 어떤 경제냐를 국민들에게 인식시킬수 잇는 걸로...
(한나라당이나 MB도 결국 성장우선주의 경제정책인데,
이걸로 '경제성장'이란 모든걸 선점하는 걸 보면 확실히 민주당보단 능력이 있어 보입니다.)
한나라당의 아젠다 선점 능력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것 같은데 가장 많은 사람이 보는 신문들이 한편이란 것도 참 크게 느껴집니다. 목소리가 그쪽이 클 수밖에 없으니...
그래서 더 많이 고민해야겠죠.
동조하는 언론매체들의 힘도 크겠죠.
허나 그게 현실인 이상 그것까지 생각해서 고민뿐만 아니라 더많이 노력해야 하는데,
비슷하게라도 한다고 보이지 않으니...
거기다, 그안에서도 분열되는 모습은 뭐...
박정희는 파산직전이였고,전두환,노태우,김영삼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살만했다라니
부분적으론 공감하나 근본부터 썩은 친일한나라당은 이승만정권에 친일파가 투항하여 빌붙어 만드러낸 친일의망령입니다. 그동안 이름바꾸기도 여러차례고~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반공,빨갱이를 부르짓었습니다. 친일파과거청산은 역사적사명이고 국민의 임무입니다.
경제는 어떤대통령이하든간에 못할수도있고 잘할수도있습니다. 하지만 현정부는 아주 썩을대로 썩었습니다. 하루가멀다하고 터지는공직자비리,독도정책,경제정책,서민정책등 반엠비는반한나라는 경제때문이라도 대안이 될수없다뇨 말이 안됩니다. 그런것때문에 심사숙고한다면 안하는니만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