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03일
슬픈 풍경.
오늘 출근길 지하철 역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쌍용차 직원 분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공장에서 농성을 하고 계시는 정리해고 대상자 분이 아니라, 흔히 '사측'이라고 하는, 정리해고의 칼날에서 벗어난 직원 분이었습니다. '불법 폭력 파업을 중단하고, 경영 정상화를 이루자'는 투의 피켓을 들고 계셨고, 지금 평택 쌍용 자동차 공장에는 '외부세력'이 들어와 있어서 더 이상 쌍용의 노동자들이라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전단지에는 무시무시하게 머리가 깨지고 코뼈가 내려 앉은 쌍용차 임직원들의 사진이 있었고요. 물론 전 이 외부세력이 어떤 사람들인지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온 금속노조 등이죠. 그러나 이유가 어떻든 밖에서 왔으니 외부세력인가 봅니다.
때마침 오늘자 조선일보에는 눈물 겹게도 pc방에서 신차 개발을 하는 '쌍용차 두뇌들'의 사정이 맨 앞 면에 실려 있더군요. 이 신문을 아는 사람이라면 쉬이 짐작할 수 있게, 개발팀들은 피땀흘려 가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공장을 점거한 노조 때문에 쌍용차가 망하게 생겼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의 이런 문구들도 빠지지 않습니다. "어렵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회사가 살아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이번에 노조의 폭력행위를 접하고는 심한 충격과 회의에 빠졌다" "그렇다면 월급 한 푼 못 받으면서 협력업체 사무실을 떠돌며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려고 하는 우리들의 눈물은 누가 알아주느냐" 물론 이들의 눈물겨운 사정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위기도 신경 쓰지요. 자동차 전문가들이 더 걱정하는 것이 있다. 쌍용차의 마지막 남은 자산이라고 할 연구인력과 기술 노하우가 망가지는 것. 제품기획·설계부터 부품조달·설비·생산·판매·AS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전 부문을 지난 20년간 다뤄봤다는 것은 아무리 거대자본을 투입, 새 회사를 만든다 해도 단기간에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다. 그렇지요, 그렇게 중요한 산업을 '상하이차'라는 먹튀 자본에게 통째 넘기고 기술 유출을 수수방관했던 것이 잘못이었죠. 그간 상하이차로부터 신차 개발비는 지원받지 못하고, 귀중한 기술만 유출되다가 이제 그들은 떠나고 위기의 쌍용차만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천여 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함으로써, 이 위기를 벗어나려고 하네요. 마치 그러면 나머지는 다 살 수 있다는 듯이...그렇게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지하철역에서 노조의 불법성과 폭력성을 알리시려는 직원분도, pc방에서 신차 개발을 하며 회사 회생에 사활을 걸고 계신 개발팀들도 모두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쌍용차'라는 이름 아래 살고 있고 거기에 의존하며 살고 있으니까요. 지금 공장을 점거하고 계신 분들도 마찬가지겠지요. 모두 여기밖에 의지할 데가 없으니까... 노동자라는 게 해고는 죽음과 다를 바 없으니까(오늘 쌍용차 희망퇴직자 한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고 하더군요).. 모두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서 필사적인 것이겠지요. 회사가 살아야 한다는 데는 모두다 한마음이겠지만 입장이 다르니 안타까운 대립이 이어집니다. 그래도 전 '우리들은 살아야겠으니 너희들은 나가라' 이렇게는 못 할 것 같습니다. 때문에 전 그것이 비록 법에는 어긋날지라도, 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비난할 수 없습니다. 전 그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옛말에 결자해지라고들 합니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게 올바른 도리이겠죠. 이미 많은 언론에서 지적했듯이 쌍용차의 위기는 대주주였던 상하이차가 투자를 도외시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그리고 그 상하이차에게 51퍼센트의 지분을 매각한 정부의 잘못이죠. 그러나 이제와서 상하이차는 손을 털고 떠났고, 정부는 수수방관하며, 그 책임은 오로지 노동자들이 지게 되는 모양새입니다. 자본도, 권력도 멀쩡한데 노동자만 죽어나게 생겼습니다. 여기서도 다시 노사정 합의라는 허구적 기만을 봅니다. IMF 시절, 재벌들의 무분별한 문어발식 팽창 경영으로 경제 위기가 왔지만 피해를 입은 건 해고당한 노동자였을 뿐 대부분의 재벌들은 멀쩡했듯이, 아니 오히려 그때를 기해 진행된 노동유연화와 경영효율화 덕분에 더 많은 부를 축적했듯이... 언제까지 이렇게 노동자들만 피해를 봐야 할까요, 언제가 되야 기업에 닥친 경영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가 아니라 CEO와 대주주들에게 물을 수 있을까요. 적어도 책임 있는 정부라면 쌍용자동차 정상화와 노동자 보호의 방안을 강구해야 할테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모로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아니군요, 공권력 투입으로 사측을 도울 준비를 하고 있군요).
두려운 것은 결국은 유혈 사태와 함께 노조가 해산되고 정리해고가 단행되는 일입니다. 공장을 점거한 노조의 폭력성에 대한 부각, 그래도 나머지 사람들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치졸하지만 감정적인 논리, 사정은 안 됐지만 어쩔 수 없지 않냐는 무기력하면서도 무서운 납득, 국가 경제를 걱정하는 대책없이 오지랖 넓은 사람들의 국가주의, 이 모든 사정들이 노조의 입장을 약화시키고 여론을 강제 해산 쪽으로 몰아가겠죠. 이런 '논리'들이 해고 상황에 놓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상상해보지 못하게 하고, 그들을 쌍용자동차의 회생과 국가 경제 발전을 막는 불순분자로 여기게 만들겠죠. 그렇지만 "그럼 다른 방안이 있냐? 다같이 죽자는 거냐?"라는 성토도 "왜 하필 우리가 희생해야 하는가? 사태를 이렇게 만든 상하이차도, 정부도 경영진도 그대로 있는데"라는 정당한 항변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타인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의 원인 제공자이자 사태의 해결의 열쇠를 진 정부는 뒷짐지고 방관하는 사이에 노사 갈등과 노노 갈등만 극한으로 치닫고 있고 쌍용자동차의 미래는 점점 어두워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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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7/03 18:38 | 생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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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