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5월 25일
고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며
물론 나는 잊지 않는다. 서민들의 눈물의 힘으로 당선된 당신이 어떻게 서민들에게서 피눈물을 흘리게 했는지를.
"반미면 어떠냐"라고 당당히 말하던 당신이 다른 보수 세력과 너무도 똑같은 어투로 "국익을 위하여"라며 이라크에 파병을 결정했던 순간을 잊지 않는다(이 실체도 없는 국익이라는 것이 그 후로도 얼마나 많이 변명으로 나왔던가). 그때 국회 앞에는 수만 명이 있었다. 자유주의를 옹호하던 당신이 미군의 기지를 위하여 대추리의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낸 일도 나는 잊지 않는다. 그리고 살려달라고 외치던 김선일 씨의 죽음도 나는 결코 잊지 못한다.
당신의 집권시 일어났던 비정규직 법안의 개악과 그로 인해 비정규직이 늘어났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그것이 당신만의 잘못은 아니라도 당신은 그 일을 적극 협조했다.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기묘한 어구까지 만들어가면서. 기득권자들의 강력한 무기인 손배가압류가 악성을 떨치기 시작한 것도 당신 때였다. 수십 억에 달하는 배상금에 목숨을 끊어야 했던 배달호 씨와 김주익 씨를 나는 기억한다. 비정규직의 차별에 맨몸으로 영웅적인 저항을 한 이랜드의 여성노동자들과, 그 사람들에게 물대포를 쏘아대며 강제로 해산시킨 일도 기억한다. 아, 그리고 그때에도 얼마나 많은 탄압이 있었나.
농업 개방을 반대하며 멕시코 칸쿤에서 할복 자살을 한 이경해 씨를 기억한다. 또한 쌀 비준 반대 시위에서 경찰 진압으로 숨진 두 분의 농민도.
망국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한미 FTA의 추진도 역시 잊을 수 없다. 그리고 한미 FTA는 안 된다며 스스로 몸에 불을 지른 허세욱 씨도. 당신이 적극 추진한 금융허브 계획은 오늘날 아이슬란드의 국가 부도 사태로 그 허망함을 드러냈다. 아, 당신의 의도가 어떤 것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계획은 많은 사람들을, 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그것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죽음으로써 이 모든 것이 묻혀질 수는 없다. 그러나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었다. 나는 당신이 언젠가 모든 일들을 반성하게 되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당신은 떠났고, 억울하고 부당한 죽음과 적어도 양심적이기는 했던 당신과 대비되는 후안무치한 후임 덕분에 냉정한 역사의 평가는 좀더 후대에 내려질 것 같다.
가족들의 뇌물 비리와 수사 이후 당신의 정치적 영향력은 사실상 사망했었다. 그러나 당신은 자살로 모든 것을 덮고, 가족과 주변 인물을 구하고, 권력의 압제와 폭력에 희생당한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부활했다. 그렇다, 실로 부활했다. 자살의 선택은 당신의 일생일대의,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최후의 승부수였을까?
당신이 의도했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승리했다. 모든 부분에서 당신의 흔적을 지워버리기 위해 노력했던 현정권이지만, 흔히 말하듯 죽은 자를 이길 수는 없다. 이제 정권은 탄압자, 학살자, 독재자의 이미지를 벗어버릴 수 없으며 당신은 숭고한 희생자, 영원한 '노간지'가 되었다. 앞으로 이런 당신의 정치적 상징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된다. 당신의 죽음을 이렇게 '정치적인 계산'으로 생각하는 게 조금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대통령까지 했던 정치인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영향을 끼치는 그런 사람은 삶도, 죽음도, 사소한 행동도 모두 정치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분명 당신도 당신의 죽음이 정치라는 것을, 그것도 가장 치열하고 민감한 정치가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앞선 이유 때문에 당신을 원망도 하고 미워도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당신은 원망할 수도, 미워할 수도 있었던 대통령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의 후임인 현 대통령을 생각하면 환멸밖에 안 나오니까... 내가 전해 들은 당신의 젊은 시절은 멋졌고 존경스러웠다. 양심과 불의에 분노하는 마음, 서민적 감수성과 소탈함이 있었다. 내가 지켜본 당신의 대통령 시절은 실망스럽게도 지나치게 기득권적이었고, 친미적이었고, 반서민적이었으며, 자본의 이해에 충실했다. 그러나 도덕적으로는 깨끗했고, 제왕적 대통령을 탈피하고, 공권력을 함부로 휘두르지는 않았다. 또한 비록 실패했지만 언론을 개혁하고, 검찰을 개혁하고,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려 한 시도는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당신의 마지막은 당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패악한 인물에게 고초를 당했기에 안쓰러웠다. 그러다 끝내 목숨을 끊게 된 것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이렇게 갈 사람은 아니었다. 역사적인 과오와 성과 모두 평가받았어야 했다.
좌파적인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었지만 우파적인 정책을 펼쳐 지지자들을 떠나보냈던, 그러면서도 봉건적인 수구세력과 대립했기에 우파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했던 바보 같은 양반이 끝내 갔다. 후임자의 질투와 증오에 찬 보복 때문에. 안 된 양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내세가 있다면, 부디 그곳에서는 편안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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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5/25 20:13 | 생각 | 트랙백(1) | 덧글(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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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지난번 라일락이 앞뜰에 피었을 때 ..
<휘트먼은 링컨 대통령이 암살당한 후, 링컨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의 죽음을 넘어서서 미국의 죽음과 민주주의의 죽음을 애도하는 네 편의 시를 지었습니다. 그 한 편의 첫연을 여기에 담아 보았습니다.>......more
그 능력이 과히 뛰어났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인간으로서의 노무현은 참으로 저에게 많은 것을
주었던것같습니다.
그의 그 양면적인 부분 모두 사실
정확하게 평가 받아야 할 부분이였는데,..
참으로 과거 그의 시기에 나온 말처럼
표리부동하고 무능한...하지만
또한 따뜻하고 아까운..
그런 사람이 간것 같습니다.
그 분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우리가 기억해야할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 면면들을 두루 살펴 주셨군요.
잘 읽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해 낼 수 있는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좌파의 좌파의 좌파가 나온다 하여도 이 똥같은 세상에서 말입니다.
참 미워했지만, 그리고 후에는 무관심해졌지만 정말 이렇게 가실 분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보같은 사람이었어요.
짧은 덧글 쓰는데 몇번을 고쳤다 다시썼다하게 되는군요. 아직도 믿을수 없는 일이에요.
저도 많이 실망도 하고 미워도 했지만 지금은 에휴.. 안된 마음뿐입니다.
제가 드릴수 있는 한마디...
"정치계에서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을 했던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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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의 내용은 검색해 보시면 알수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사의 내용에서 나타나는 중립의 어려움 입니다...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을 하는 경우에는...
신명기적 생각을 하시는 많은 분들이 공격타겟에 1차적으로 선정을 하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정치계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으로 인해서,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을 한 당시의 jesus christ도 종교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건을 당하게 되고, 1번째 공격목표가 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직 대통령은 원망도, 실망도 살 수 없죠... 아무도 그에게 원망스럽고 실망스럽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 차이는 작은것 같으면서도 크죠.... 아무리 좌파 노빠 어쩌고 까대도 정치인에게 그런 팬클럽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의 특이성을 잘 보여주는것 같네요.
현실에 바탕에서 어떤 면은 포기하고 어떤 면에서 도와주고 그럴수 밖에 없지요.
우리나라는 수출도 필요한 나라이니, 타국과의 관계도 있는 것이구요
노무현 대통령은 어느 대톨령 보다 복지 정책에 앞장섰습니다.
(명박 정부보시죠~ 확실하게 보고 얘기하세요)
그리고 뭔가 글이 어떤 면에서만 치중하여 쓴 글입니다.
하여간 심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금도 얼떨떨하네요.
이렇게 정치적 보복으로 비극이 벌어지는 건 참 슬픈 일입니다.
자칭 보통사람이었지만 보통사람 같지 않았던 대통령은 물론이거니와,
그 이전 대통령들은 국민 중 뽑힌 한 사람이 아니라 마치 '나랏님' 처럼 굴었으니까요.
노대통령이 계속 인권변호사를 했으면 이랜드노동자를 위해 누구보다 투쟁했을 겁니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국민은 노동자와 그를 탄압하는 자본가와 심지어 쥐박이도 있습니다.
현실적 한계보다는 근본적으로 보수적, 기득권적인 정책을 전개했다는 단언 동의하지 않습니다.
공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라고 요구할 수는 있어도
대통령에게 천사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혼탁한 지상에 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냥 옆집 아저씨로 남겨두어야 할 사람이었습니다.
많이 후회되고 그립습니다.
정치인 노무현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인간 노무현은 정말 좋아했습니다.
일일이 리플 주시는 주인되시는분의 의견도 너무나 좋아보이십니다.
저도 참여정부 시절 무관심을 주었던 정부고 대통령이었지만...
생애 최초로 내 손으로 뽑아낸 사랑했던 대통령의 애석한 죽음를 추모합니다.
이곳의 음악은...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타임에 대해서 고뇌했던 그를 떠올릴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