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만화들] <유리가면>, 이 무서운 만화!

언젠가서부터 이 전설적인 만화의 이름을 들었습니다. 순정만화계의 전설이라는, 한 번 보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작가가 몇 년째 연재 중단을 하고 있다는 등 아무튼 그 명성은 곳곳에서 들었습니다. 처음 실물은 본 것은 대학교초였던 듯합니다. 당시 왠만한 만화책들은 다 봤던지라 대여점 책장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빨간 표지에 '유리가면'이라고 적힌 만화책을 보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그 반짝반짝한 순정만화 그림체에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그림체를 그렇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지만 그 30년 전 순정만화 그림체는 너무 낯설더군요. 게다가 그때는 순정만화라는 걸 본 적도 없었고요. 그러다 몇 번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일단 2권만 봐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음권! 다음권! 빨리 다음권! '작은 아씨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키 재보기'의 승부는 어떻게 되지? 혼자서 연극을 어떻게 해? '폭풍의 언덕'은?  아유미와 마야의 '기적의 사람'은 어떻게 다를까? 연예계에서 추락한 마야는 어떻게 하면 좋지? 오오 이런 '한여름밤의 꿈'이 있다니! 하메카와 아유미와 기타지마 마야의 환상의 더블 캐스팅이라니! 굉장하구나, 기타지마 마야! '잊혀진 황야!' 이렇게 속으로 외치며 며칠간을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권까지 가서는 으아악 홍천녀! 미우치 씨 여기서 중단하면 어떻게 하라고요! 홍천녀는 어떻게 되는 건데!! 넵,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모두 보고 나서 연재가 몇 년째 안 되고 있고 앞으로도 될 기미가 없다는 사실에 넋을 잃고 좌절했습니다. 연재 중단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FSS는 그래도 어떻게 끝나든 말든(어차피 끝도 정해져 있고) 상관없지만 이건 아니잖아요. 홍천녀가 어떻게 되고 마야랑 마스미가 어떻게 될 건지 독자를 이런 구렁텅이에 몰아놓고 자기는 교주 노릇이나 하고 있다니! 아, 진심으로 절망했습니다. 그래도 최근 다시 연재를 하고 있다는 소식에 끝을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제발 신이 내리든 어떻게 해서든 스즈에 미우치가 꾸준히 연재를 해야 할 텐데요.


(드디어 홍천녀를 볼 수 있는 것인가!)



<유리가면>의 흡입력은 가히 무서울 정도입니다. 다음 내용이 이렇게 미치도록 궁금해지는 만화는 달리 없습니다. 까놓고 루피가 '원피스'를 찾든 말든 별로 궁금하지는 않지만 '홍천녀'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그런데 연재를 그렇게 중단하다니!).  잘 짜여진 트렌디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스토리가 한 회 한 회 독자들 끌어들입니다. 주인공 기타지마 마야의 굴곡 많은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그리고 그녀가 과연 어떤 연기를 펼쳐보일지 우리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보게 됩니다. 이런 중독성 있는 스토리 덕분에 부담스러운 그림체가 전혀 지장이 되지 않습니다. 사실상 그림으로는 마야의 연기와 다른 연기자들의 연기가 어떻게 다른지 우리는 알 수가 없지만, 스즈에 미우치의 이야기 속에서는 마야의 연기가 정말로 굉장해 보이게 됩니다. 독자들은 이야기 속에 완전히 몰입해서 배역과 하나가 되는 마야의 놀라운 연기를 감탄하며 볼 수 있습니다.


(많은 곳에서 패러디된 눈동자 없는 흰 눈. 극중 인물들이 놀라거나 충격 받았을 때 누구나 한다. 이런 컷만 달랑 보면 좀 웃기지만 등장인물들이 저럴 땐 읽는 사람도 같이 호흡하며 놀라기 때문에 사실 위화감은 별로 없다. '무서운 아이, 기타지마 마야' '대단한 사람, 히메카와 아유미' 최고의 라이벌로 손꼽힐 만하다)



<유리가면>의 구조는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익숙합니다. 누구나 쉽게 <유리가면>에 빠져드는 것은 이 만화가 성공적인 스토리 구조를 잘 혼합 배치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평범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갖춘 주인공이 점차 레벨업하며 성장하고 성공한다는 스토리는 소년 만화의 기본 골격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강력한 라이벌이 존재하며, 사악한 주위의 방해자들도 있으며, 매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은 뼈를 깎는 수련과 시련을 통해 더욱 강해지는 등 성공담에 등장하는 모든 핵심적인 요소들이 있습니다. <유리가면>은 평범한 주인공, 감춰진 능력, 호적수, 기연을 통한 수련, 시련 극복과 성공, 사랑의 성취로 이어지는 플롯, 많은 성공적인 대중 작품들이 사용한 플롯을 따라가기에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만화에서는 성장물, 성공담적인 요소가 더 강하며 러브 스토리는 오히려  부차적입니다. 적어도 현재 나온 내용까지는 기타지마 마야에게 중요한 건 사랑이 아니라 연극입니다. 물론 마야의 성장과 함께 러브 라인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으며, 그것이 홍천녀와 어떻게 연결될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좋은 스포츠 만화가 스포츠를 하고 싶게 만들 듯이, <유리가면>은 정말로 연극을 보고 싶게 만듭니다. 물론 그전에도 그후에도 연극을 보러간 적인 한 번도 없습니다만, 이 만화를 보고 났을 때는 정말 보러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유리가면>의 작중에 등장하는 연극을 기반으로 '유리가면 에피소드'가 상연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매우 동했는데...역시 혼자 연극을 보러가는 건 너무 힘들더군요; 아무튼 저는 그래서 여전히 연극을 모릅니다만, 같은 연극이라도 연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연기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유리가면>을 통해서 여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만화에서 표현되는 연기에 대한 이론은 매우 그럴 듯하며, 들리는 이야기로는 실제로도 연극하는 분들이 참고할 만한 텍스트로 꼽는다고 합니다. 재밌는 점은 작가인 스즈에 미우치의 연극관이 연재 도중에 좀 변한 듯하다는 점입니다. 초반에는 연기자가 배역 그 자체가 되는 것을 강조하고, 그것만으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하지만 후반부에서는 '연기란 관객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며,  '배역 그 자체가 되는 것은 연기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게 됩니다. 이런 변화와 맞물려, 처음에는 당연히 마야가 홍천녀를 하게 될 것 같았으며 아유미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점차 아유미의 비중이 커졌으며 둘 중 누가 홍천녀를 맡게 될지 조금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독자도 극중 인물들도) 아유미라는 천재 소녀와 평범한 소녀인 마야의 대결처럼 보이지만, 사실 극중에서 아유미가 말했듯이, 진짜 천재는 평범해 보이는 마야이고, 아유미는 조금 재능이 뛰어난 노력가입니다. 마야는 진짜 먼치킨이죠. 보다 보면 뭐 저런 게 다 있나 싶습니다. 아유미가 패배의식을 느끼는 것도 이해가 되고 응원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홍천녀의 연습에서 거의 '빙의'된 듯한 연기를 할 때는 읽는 저도 기겁을 했지 말입니다. 보통 만화에서는 노력이 재능을 이기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마야는 주인공이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앞으로의 연재를 기다려봐야겠죠. 스즈에 미우치가 어떤 홍천녀의 무대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기타지마 마야와 히메카와 아유미의 꿈의 합동 무대, '두 사람의 왕녀'이다. 누구나 미스 캐스팅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대성공! 자기 자신을 뛰어넘으려는 아유미의 독한 심정이 오리겔드와, 자신이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연기 그 자체에 빠져들고  마야의 성향이 알디스와 어울린다는 걸 꿰뚫어본 츠키카케 선생의 혜안이 빛났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아유미가 마야 이상으로 빛난 무대였다.)    





            

by sonofspace | 2009/05/11 19:53 | 즐거운 인생 | 트랙백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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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5/13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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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onofspace at 2009/05/13 12:56
마야의 연극에 대한 재능은 정말 기절할 정도죠. 제가 좋아하는 장면은 두 사람의 왕녀에서 오디션을 보는 장면인데,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는지 감탄을 하며 봤답니다(만화이지만!). 다른 사람은 한 번도 못하는데 일곱 번이나 다른 연기를 하다니! 이 천재를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아유미를 보면 정말 불쌍해지기도 하더라고요.
홍천녀는 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랑을 깨닫고 있는 마야가 하게 될 듯해요. 아유미는 아직은 진정한 사랑을 모른다는 약점을 안고 있어서 결정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나지 않을까... 뭐 지켜봐야 알겠죠 ㅎㅎ
Commented by 마모 at 2009/05/14 00:55
마야의 천재적인 연기력이 없으면 사실 이정도의 걸작은 무리겠죠. 오디션 장면은 저도 감탄.

홍천녀가 누가 될지는 정말 작가외에는 점칠 수 없겠지만,
(원래 스즈에 미우치 선생은 시작부터 완결까지 모든 내용을 미리 정하고 시작했다 하더군요. ^^;)


...마야에게 사랑의 각성이 있다면,
아유미에게도 - 아주 결정적인 계기랄까..아무튼 그런 게 생기긴 하죠.
대체 어느 분량까지 읽으셨는지 몰라서, 네타는 자제합니다만.

아유미는 정말로 독합니다. (...)
다른 길을 선택해도 최고가 될 여자가, 하필 '연극'을 생명으로 택했다니..;;

아무튼 둘 중 누가 해도 홍천녀는 완성되겠지만...
....역시, 마야의 홍천녀가 보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네요. ^^
Commented at 2009/06/14 16: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ofspace at 2009/06/15 11:18
아.. 안 무섭습니다... 왜 이런 리플들이 달리나 했더니 정말로 무서운 만화인줄 알고 들어온 분들이 많군요. 순정만화입니다. 안 무섭습니다. 글 제목은 만화 중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를 패러디한 겁니다. 본의 아니게 오해를 불러일으켰군요. 죄송.
Commented by 정윤정 at 2009/06/20 14:26
정말 무섭겠다
Commented by 정윤정 at 2009/06/20 14:26
정말 무섭겠다
Commented by 정윤정 at 2009/06/20 14:26
정말 무섭겠다
Commented by ahffk at 2009/06/24 10:31
dkssudgktpdy wjsms durl cjdma dhsms epdy dldirl dltkdgody>>~!
Commented by f at 2009/06/29 17:13
zzzzzzzzzzzzzzz
Commented by 김승환 at 2009/07/03 12:37
무서운 이야기 좀.....
Commented by 서선영 at 2009/07/07 16:15
영수 어머나께서 옥상에 빨래를 널려고 갔는데 어뜬 대학생이 춤을 추고 있었다. 영수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재는 학교 안가고 뭐한담 "다음 날 "재는 아직도 춤울 추내" 영수 어머니께서 수상해서 가까이가봤다. 춤울 추고 있었던게 아니라 목에 손수건을 꽉 조이게 해서 자살햇던것이다. 그 사람을 죽었는데 바람이 불어서 춤울 추게 보였던 것이다. 그사람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Commented by 양우철 at 2009/07/10 08:00
아 존나 웃기다 재밌다
서선영 님 아이고 무서워
Commented at 2009/07/11 19:1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김필호 at 2009/08/05 22:59
전 처음에 제일 놀랐던게 ............. 그 어떤 표 구할려고 12시까지 배달 다하다가 그 여자애가 표 안줘서 바다에 막 빠지구 그래가지구 속으로 " 이건 좀 병적인데 ...... " 라고 생각했었구요 ㅋㅋㅋ
또 그 극이름은 생각안나는데 그 마야가 고열에서 연기한것도 대단했다고 생각했구 그 연예계 에서 사토코역이였는데 어떤 애가 막 연예계에서 일꾸며서 추방시켰는데 아유미가 걔 확실히 연기로 눌러버린것도 너무 통쾌했어요 ㅋㅋㅋㅋㅋ ! 그 마야가 잊혀진 황야 제인 연습할때 산 간것도 되게 조마조마 !
또 바크 역할때는 그 공던지기 완전 재밌었어요 .......... 셀수없이 모두다 재밌었어요 ! 근데 스즈에 선생님은 언제쯤 연재하실런지 ^^ ;
+ 그 알디스 역활 하셨던 그 할머니 .......... 완전 좋아했어요 ㅋㅋㅋ
Commented at 2009/08/0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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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hghgggdafd at 2009/08/08 18:28
헐 뭥미요.
Commented at 2009/08/10 15:1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빌레뜨 at 2009/08/21 11:20
중학생 때부터 보기 시작해 30대까지 봤으나 막바지를 남겨놓고 작가의 절필(쓰지 말라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나 어쨌다나)로 40대를 맞은 지금까지 끝을 못보고 있는 만화... 죽기 전에 보려나... 한 30년 동안 봤으니 만화 다 나오는데 반세기는 걸릴 듯 하네.
난 연극에 대한 두사람의 열정이나 치밀한 구성도 좋았지만 키다리 아저씨와의 연애도 너무 재미있었는데... 작가가 빨리 정신차려야 할텐데 너무 무책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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