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쩐다, 변희재 생각

88만원세대론은 계급투쟁용이라 고백한 공저자 박권일


변희재가 한 건 물었다. 88만 원 세대론을 왜곡하여 자기 논리에 껴 맞추더니 저자들이 반응하자 신이 났다. 박일권의 반론도 역시 자기가 편한 대로 해석하고 있다. 자세한 정황은 이정환 기자의 정리글을 참조.


변희재의 논리는 간단하다. 20대가 힘든 것은 맞지만, 그건 20대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20대의 창업과 사회진출을 가로막고 있는 386세대 때문이다. 그는 88만 원 세대론이 젊은 세대의 역량을 무시하고 386세대만을 예찬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젊은 세대의 창의성과 진취성을 강조한 실크세대론을 제시한다(실크로드의 실크다). 그리고 청년실업의 문제를 창업과 해외진출로 해결해보자고 제안한다.


그렇지만 그의 <88만 원 세대>에 대한 오해는 심각하다. 20대인 나는 88만 원 세대가 나왔을 때 참 고마웠다. 그 이전부터 20대는 이곳저곳에서 수도 없이 깨져왔다. 개념 없고, 교양이 부족하고, 정치적 의식이 없고, 커뮤니티를 만들지도 모른다고 엄청 까였다. 그리고 나 또한 20대의 문제점을 공감하고 있었기에 욕 먹는 게 억울하긴 했어도 '왜 20대는 이 모양이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석훈과 박일권은 그것이 20대의 잘못만이 아니라고 변호해주었다. 그건 '사회구조'의 문제라고, 기성세대들이 젊은 세대를 착취하고 있는 구조가 문제라고 말해주었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내 느낌은 이랬다. "아, 기성세대 ㅅㅂㄻ... 세상을 이따위로 만들어놓고 대체 우리한테 뭘 바래." 그들은 20대의 교양과 정치적 의식 부족도 교육과 승자독식의 경쟁 구조 탓이라고 말해주었다. 또한 이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88만 원 세대>는 20대를 폄하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저자들은 20대의 문제를 개인이나 한 세대의 문제가 아닌, 경제적, 사회적 구조의 문제로 바라볼 것을 주문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변희재는 이 책에서 20대를 옥죄는 사회구조의 문제를 보지 않고, 386는 잘났고 20대는 못났다는 내용만을 발견한다.


사실 처음 우석훈이 변희재를 추켜세우는 칼럼을 썼을 때부터 좀 걱정스러웠다. 우석훈은 아마도 창업 운동이라는 형태로 젊은 세대의 활로를 찾아보려는 것을 격려하기 위해 대인배다운 풍모로 그렇게 한 것 같았지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개에게 먹이를 주면 안 되는데.'


변희재의 실크세대론은 나이가 젊은 세대를 주역으로 하고 있다뿐이지, 실상은 조선일보식의 구닥다리 논리이다. 사회구조에 대한 문제는 어디에도 없고, 젊은 세대가 노력해서 힘든 시대를 헤쳐나가자는 게 전부다. 회사 들어갈 생각 말고, 창업해서 성공하자.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자. 우리가 누구냐?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우린 할 수 있다. 우린 그럴 능력이 있다. 단, 386만 없어지면. 개인적인 노력으로 성공한 몇몇 사람을 모델로 내세워서 말한다. '봐라, 하니까 되지 않느냐. 그러니 다들 열심히 노력하자,' 아, 쉰내가 팍팍난다. 나이가 젊다고 다 젊은 게 아니다(사실 젊지도 않다).


88만 원 세대론의 공은 많은 20대, 그리고 앞으로 10대들도 겪을 문제들의 원인이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을 최초로 널리 알렸다는 점이다. 20대가 뭔가라도 뭉쳐서 해나가야 한다는 우석훈의 생각에는 공감하는 바이지만, 변희재 같은 방식은 아니다. 이런 사람에게 먹이를 줘서는 안 된다. 그는 애초에 책이 문제시한 사회적 문제를 다시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킨다. 게다가 20대의 좌절과 분노를 386세대를 공격하는 데 이용하려 한다. 우습게도 그는 다음과 네이버 같은 386이 세운 대형 포털이 젊은 세대의 창업을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문제는 없다. 386과 대형 포털이 문제다. 아니, 설사 대형 포털이 다른 IT 서비스를 가로막는다쳐도 20대가 창업할 분야가 IT밖에 없는가? 그리고 386이 그렇게 많은 분야를 틀어쥐고 있었단 말인가!? 왜 그는 이마트 등의 독점적인 대형 유통업을 공격하지는 않을까? 그런 공룡 유통업체의 영향력을 없애면 젊은이들이 협동조합 형식의 여러 사업을 할 수 있을 텐데. 멀쩡히 잘 있는 분야를 공격하는 건 그만두고 정말 청년들이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고, 저리의 창업자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일 테지만 그는 근거 없는 마타도어와 안티질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당신 정말 청년 실업 문제에 관심 있는 것 맞수?


그는 추악하다. 그는 자신이 타겟으로 삼은 젊은 세대를 비판할 수도 없고, 사회구조를 문제 삼지도 못하니까, 젊은 세대가 겪는 문제의 원인은 386이라고 호도한다. 마치 386세대, 그가 말하는 대로면 정치권력형 386세대만 없어지면 문제가 다 해결될 듯이. 그는 젊은 세대들이 창조성과 진취성을 가지고 있다고 어떤 예찬론을 펴면서 젊은 세대를 다독이고, 계급 문제에 무감각하게 만들면서 386 비판이라는 자신의 목적에 이용하려 한다. 나 역시 20대지만 이런 옹호는 조금도 반갑지 않다. 그리고 노파심이겠지만 부디 이런 허접한 논리에 현혹당하는 다른 친구들도 없었으면 한다. 사라져라, 변희재.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지 말고, 너 혼자 해라.


덧글

  • 신광철 2009/02/07 06:52 # 답글

    일전에 '병신력 작렬 20대'라는 글이었던가요? 거기서도 그랬고...

    20대의 무개념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루어지다 보면 항상 등장하는, '그럼 386은 뭘 잘했는데?'의 소스가 변희재였던 모양이군요.

    그 양반이 최근 들어 자주 눈에 들어오는 것으로 봐서는 참 세상이 많이 우스워진듯 합니다.
  • sonofspace 2009/02/07 12:35 #

    변희재 이전에도 사실 20대들에게 스트레스가 있었죠. 어른 세대들 특히 386들이 '우린 안 그랬는데 너희는 왜 그러냐?' 투의 비판들을 해온 건 사실이니까요. 게다가 취직도 안 되고.... 그런 입장에서 보면 386들은 팔자 좋게 대학 다닐 때 놀면서 취직해놓고 자기들한테 뭐라 그런다고 아니꼽게 볼 수도 있겠죠. 변희재는 그런 잠재적인 불만을 대놓고 자극하고 건드리려는 듯.
  • 신광철 2009/02/07 16:33 #

    하긴요. 실컷 운동한답시고 돌아다니다가 취직할 때 쯤 되면 척척 취직했다... 라는 얘기는 제법 들어왔던 얘기입니다만...

    비난도 아니고 비판 받았으면 수용할 줄도 좀 알고 그래야 하는데 말입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니까요.

    어쨌든 386들이 껍데기나마 민주화 시키는데 공헌했고, 그 속을 채우는건 20대의 몫은 아니었나 하는게 제 생각이거든요. 그런데 대학 와서 보니 소위 민주화의 선봉대는 자기복제에 여념이 없고 그 외에는 뭐... ㄲㄲㄲ 싶더군요. 군대 다녀오니 뭐 더했고요...

    20대들이 IMF 타령하면서 우린 스펙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우는 소리로 밖에 안들립니다.
  • 카렌 2009/02/07 09:44 # 답글

    저도 딱 그생각 했어요. 먹이를 주지 마시오-_-;;;
  • 카렌 2009/02/07 09:45 # 답글

    정확히 말하면 위험!!!!!!!!!!!!!!!! 먹이를 주지 마시오!!!!!!!!!!!!!!!!!!!!!!!!!!!!!!
    ;;;
  • 카렌 2009/02/07 09:45 #

    완전 절규네요;;;
  • sonofspace 2009/02/07 12:37 #

    조선일보는 밀어주기로 작정한 듯... 이름 좀 안 봤으면 좋겠는데.
  • 이준님 2009/02/07 10:20 # 답글

    진중권이 변희재를 두고 한 이야기중에 하나가 있어요

    "귀순용사는 환영대회 끝난후 용도폐기되는 것을 까삐딴 변은 항상 유념해두어야한다"

    ps: 그러고보니 용도폐기 된 귀순용사가 관심을 받으려고 애쓰는것 같네요
  • sonofspace 2009/02/07 12:38 #

    아직 용도폐기되지는 않았죠. 조선일보는 386세대를 까는 젊은 세대의 선봉장으로 삼고 있는 듯해요. 뭐 언젠가는 용도폐기되겠지만..
  • leopord 2009/02/07 10:32 # 답글

    인정욕망은 무서운 겁니다, 네.
  • sonofspace 2009/02/07 12:38 #

    어떤 면에서는 불쌍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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