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01일
파업이 실패하면 당신에게 돌아오는 이익.
철도노조의 파업을 보며 예전에 잠깐 정리해봤던 최근 몇 년간의 주요 파업에 대한 글을 올려본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 2000년대 노동자들의 투쟁은 승리보다는 패배가 더 많았다. 게다가 승리는 작고 일시적이었으며, 패배는 크고 지속되었다. 그리고 노동운동의 패배와 더불어 노동조건의 악화도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선량한 시민'으로서 노조의 파업을 비난하지만, 그 행위는 곧 '노동자'로서의 자신의 지위를 허물뜨리는 일이다. 10년간의 역사는 그 사실을 선명히 보여주었다.
1.
2004년 7월에 정유업계 최초로 정유사 노동자들의 파업이 있었다. GS 칼텍스 노조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발전기금 조성 △비정규직 문제 해결 △임금 10.5% 인상 △교대제 전환 등의 요구를 걸고 파업에 돌입했다. 여기서 노조의 핵심 사안은 환경 오염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에 매출액의 0.01퍼센트를 출연할 것과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단계적인 정규직화, 주 40시간 근무제와 신규인력충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었다. 중재에 나선 중앙노동위원회는 4퍼센트의 임금 인상은 승인하되 비정규직 문제와 지역사회 발전기금은 제외한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노조는 거부했고 파업을 지속했다. 회사가 일부 고액 연봉자들의 연봉을 공개하면서, 언론은 연봉 7천만 원의 귀족 노동자들의 파업이라며 매도했고, 대다수의 여론 역시 적대적으로 변했다. 노조가 주장한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지역사회 발전기금의 문제는 깡그리 묻히고 귀족 노조의 떼쓰기 파업으로 낙인 찍혔다. 결국 노조는 백기를 들었고 해고 23명, 징계 647명, 구속 6명, 31억의 손배가압류라는 결과를 남겼으며,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반성문까지 써야 했다. 노조는 철저히 파괴됐고 무분규 선언을 했으며, 최근에는 노사합의로 파업 금지를 결의했다. 패배도 이런 패배가 없다.
2.
만만찮은 강성노조일 지하철공사 노조 역시 숱한 투쟁에서 패배해왔다. 99년에 당시 몰아닥친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에 반대하는 파업이 있었다. 이른바 대규모의 인원감축을 골자로 하는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의 신호탄이었다. 6천여 명의 노동자들은 지하철을 멈추고 명동성당과 서울대 등에서 모여 농성을 했다. 정부와 언론은 이번에는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은 파업이라며 노조를 공격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시민들은 노조를 맹렬히 비난했다. 결국 노조는 8일 만에 파업을 접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역시 징계와 구속 등 노조 파괴 공작이 있었고, 급기야 그해 노사화합과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표방하는 배일도가 노조 위원장으로 선출된다. 그리고 그는 1600여 명을 해고한다. 또 정년은 3년이 줄고, 학자금 지원이 폐지되고, 4조 3교대에서 3조 2교대로 노동 조건은 악화되었다. 2003년에 운행시간이 1시간 늘 때도 인원충원은 없었다. 심지어 1997년 이후 서울지하철공사는 노조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신규인력 채용도 하지 않았고 2005년에 147명을 신규채용하는 데 그쳤다. 1600여 명을 해고하고 147명을 고용했다. 그러고도 실업 문제는 밥그릇을 챙기는 기득권 노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2004년의 지하철 파업은 더 비참했다. 지하철노조는 임금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 시행과 그에 따른 3천여 명의 신규채용을 중심 요구조건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에 정부는 더 잘 준비하고 있었다. 대체인력을 마련해 지하철 운행에 차질을 주지 않았고, 귀족 노조, 국민 혈세, 시민 볼모 등의 명목으로 노조를 공격했다. 노조는 3일 만에 파업을 접었고, 배 부른 줄 모르는 철밥통이라는 비난만을 얻었다. 그러나 3천 명의 신규채용이 이루어졌다면 3천 명이 새로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3.
노조의 고달픈 투쟁의 역사는 너무 기니, 마지막으로 화물연대의 사례를 보자. 화물연대가 세상을 처음 놀라게 한 것은 2003년이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이들의 최우선 요구 조건은 화물차주들을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지금도 이들은 화물차를 소유하고 있는 차주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원청에 매여 일을 하고 있지만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며 그래서 이들은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그밖에 중간에서 수수료를 떼어먹는 불법다단계알선 폐지와 표준요율제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도 어느 것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차마 화물노동자들에게는 귀족노조라고 할 수 없어서인지 이번에는 폭력성과 불법성을 부각시키고 국가의 물류를 마비시켜 '수출'에 지장을 준다며 나라를 망치는 역적으로 취급했다. 2003년 이후에도 두세 차례 큰 파업이 있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올해 박종태 열사의 죽음에도 노동자 인정이 아니라 계약 해지 철회만을 얻어냈을 뿐이다. 이들은 지금도 노동자가 아니다. 그토록 열심히 노동하고 있음에도.
4.
누구나 비정규직이 되기 싫어한다. 그러나 어째서 비정규직을 철폐하자는 노동자들의 투쟁에는 눈을 감는가? 아니 심지어 눈을 부라리기까지 하는가? 철도노조의 노동시간 단축 요구는 달리 말하면 신규 인원을 확충하자는 이야기이다. 실업 해소에 도움이 되는 좋은 주장이 아닌가. 당신이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는 것처럼 누구든 안정적인 직장을 원한다. 안정적인 직장이 많아진다는 것은 곧 당신이나 혹은 당신의 형제자매, 자녀, 친지들이 안정된 직장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당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 아닌가? 노동운동이 추구하는 바가 바로 그런 것이다.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다. 당신의 이익을 생각하라. 누군가의 노동운동의 패배는 곧 당신의 삶을 어렵게 만든다. 당신의 노동자인 한,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87년의 강성한 노동자 대투쟁으로 실질임금의 상승과 더불어 노동조건의 괄목할 만한 향상이 있었다. 97년 IMF 이후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과 노동유연성의 도입으로 벌어진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청년 실업, 노동 시간 증가, 비정규직 증가, 또 그에 따른 정규직의 불안정화, 노동자들끼리의 생존 경쟁, 그리고 전반적인 사회적 불안정이었다.
노동운동의 패배가 당신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다오.
노동운동의 승리가 당신에게 어떤 손해를 가져다주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다오.
당신이 누군가의 녹을 먹고 사는 노동자라면, 부디 그 입장에서 말이다.
# by | 2009/12/01 21:33 | 트랙백(3) | 핑백(4) | 덧글(62)





